집필자 : 차경애(한국YWCA연합회 명예연합위원), 배정미(한국YWCA연합회 실무활동가)

▲ 근로여성의 안식처와 배움의 터전, 근로여성회관의 개관

독산동 근로여성회관 개관 사진

독산동 근로여성회관 개관 사진

서울YWCA에서는 1977년 6월 독산동 근로여성회관을 개관하고 그 이듬해인 1978년 2월에 도배, 타일, 페인트 훈련을 시작하였다. 근로여성회관의 개관은 YWCA가 직업훈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여성의 새로운 직종훈련은 다음과 같은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산업사회에 필요한 여성기능 인력을 양성해 기능직은 남성 직종이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킨다. 둘째, 저소득⦁저학년 여성들에게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고용을 증대시키고 생활수준과 소득수준을 향상시킨다. 셋째, 파출부 등 단순 노동자에게 직업의 긍지를 심어준다. 넷째, 한국사회에 여성 직업교육의 모델을 제시한다. 다섯째, 미진학 청소년들의 고용증대로 청소년 선도에 기여한다.

서울YWCA는 여성직업개발위원회를 두고 연구조사 → 커리큘럼 고안 → 활동 사전준비 → 교육 → 현장실습 → 취업알선 → 평가 등 7단계로 모든 사업을 지도, 감독했다.

광주YWCA에서도 서울YWCA와 같이 도배, 타일, 페인트 훈련을 시작하였다. 이 훈련 후 남성에 비해 4분의 1이었던 여성근로자 임금이 남성과 똑같아지는 결과가 나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가 위기 극복을 넘어 시대를 선도하는 여성 직업훈련의 산실,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세우다

1988년 올림픽 개최 이후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1997년 IMF 경제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두 차례의 경제위기를 겪게 되면서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고, 신규·전직실업자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요구되었다. YWCA는 기존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경력단절여성, 중․고령층 여성, 여성가장, 차상위계층 여성을 포함한 성인여성들이 고난이도의 직업훈련 전 단계의 초기 직업상담 및 직업설계를 통해 진입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교육 훈련기간 동안 탁아방 운영을 함으로써 여성과 가족까지 지원하는 노동복지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광주 YWCA 일하는 여성의 집 개소

광주 YWCA 일하는 여성의 집 개소

▲ ‘일하는 여성의집’ 3개소 개관

YWCA는 여성의 잠재된 인력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직종을 개발하고 훈련시키는 근로여성회관 운영 등을 통해 1992년 노동부로부터 ‘단기직종의 여성 직업훈련 실시방안’의 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노동부는 YWCA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1993년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한 ‘일하는 여성의집’을 서울, 부산, 광주 3곳에 설립하였다. ‘일하는 여성의집’은 비영리법인 YWCA가 운영주체로서 프로그램 등의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정부는 운영비의 일부를 보조하는 형태의 새로운 모델이었다.

‘일하는 여성의집’은 근로여성의 계속 취업과 기혼여성의 신규취업을 촉진함과 동시에 여성의 잠재능력을 개발하여 산업인력 부족을 완화하고 증대되는 여성의 경제활동 욕구를 충족시켜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향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일하는 여성의 집’ 훈련초기에는 미혼여성 수강생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1997년 IMF이후 어려운 가계를 돕기 위해 나선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개설강좌의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즉 여성가장으로서의 본격적인 훈련은 물론 양재나 수선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한 강좌들이 인기를 끌었다.

여성취업촉진 및 근로여성복지증진을 위한 일하는 여성의 집 설립계획 자료

여성취업촉진 및 근로여성복지증진을 위한 일하는 여성의 집 설립계획 자료

▲ 여성기능대회 개최

한국YWCA는 그동안 훈련받은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도배, 요리, 제과제빵, 커튼봉제 분야를 대상으로 1994년에 제1회 여성기능대회를 개최하였다. 서울YWCA는 1995년 11월 정보화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의 컴퓨터 이용 및 정보능력 향상을 위한 제1회 주부 PC경진대회를한국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후원으로 열었다. 1994년 12월에 YWCA가 주최한 직업훈련직종 개발 워크숍에서 21세기 여성들의 유망직종으로 정보통신 관련 직종, 금융관련 직종, 첨단기술관련 직종이 소개되었다. 정보통신 직종에서는 정보검색사, 시스템 엔지니어,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고 금융직종에서는 외환딜러, 증권딜러, 채권딜러, 선물(先物)거래사, M&A(기업매수⦁합병)전문가, 그리고 첨단기술 직종에서는 해양개발 전문가, 우주항공조종사, 항공엔지니어가 전망이 밝은 미래의 여성직업으로 소개되었다. 그 외에도 만화가, 특수교사, 경영컨설턴트, 헤드헌터와 전자제품 클리닉 기사, 보일러, 음향기기, 컴퓨터 조작 기사로서의 역할을 주부에게 주는 기회가 시도되었다.

미진출 직종에 취업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1998년에는 여성실업자가 급증하고 1999년 말부터 여성실업자와 실업률이 더욱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에 YWCA연합회는 도소매, 서비스업종, 금융업종을 중심으로 한 여성취업 확대와 여성인력을 다양한 직무에 배치한 기업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 운영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면서 여성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여성 인적자원 개발을 담당하는 여성회관과 여성인력개발센터의 효율성을 제고시키자는 안을 내놓았다.

서울YWCA는 급속히 발달한 인터넷 기술에 여대생의 튀는 아이디어를 결합시켜 창업을 꿈꿀 수 있도록 하기위해 2000년 6월 27일~7월 1일 ‘길밖에서 길찾기’ 프로그램을 실시해 창업 동반자를 찾는 기회를 주었다. 이 워크숍에서는 ‘21세기는 지식집약적인 산업이 중심이 되고 직종은 점점 전문화 되는 반면 전문직, 비전문직을 막론하고 여러 가지 능력을 고루 갖춘 다기능 인력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서 거론된 여성직종은 노인복지 전문가, 가정보건사, 운동처방사 등 건강관련 직업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레저 전문가, 조경사 등 생활레저 관련 직업과 텔레커뮤니케이터나 각 분야의 코디네이터, 광고, 이벤트 전문가등도 새로운 직종으로 제시되었다.

 

▲ ‘새로운 미래 설계를 위한 실직자 대상 실업충격 완화’ 프로그램 실시

우리나라는 1997년에 국가경제가 부도가 나는 IMF사태를 겪었다. 이 당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직장에 다니던 직장인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경제위기가 온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때 YWCA를 비롯한 많은 시민단체들이 경제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YWCA에서는 국난을 해결하기 위해 1998년 1월 한 달 동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외화 모으기 운동’과 ‘외채상환 금모으기 범국민운동’에 참여하는 한편 4월 20일부터 3주간 동안 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실직자들을 위한 실업충격완화 및 재취업, 창업준비 교육훈련을 실시해 실직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즉 휴‧폐업으로 인한 실직자에게는 실업충격을 완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장기간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직업복귀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취업처 선택과 취업준비를 위한 지도를 하였다. 이와 함께 명예 퇴직자와 조기 퇴직자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인생을 설계하고 진로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직업상담을 실시하였다.

여성실업 대책을 위해서도 1999년 3월~12월까지 ‘여성실직자를 위한 생활용품 재활용 공공근로자 사업’을 실시하여 보건복지부로부터 60억원을 지원받아 여성실업자를 기능별로 훈련시킨 후 2,000명의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고용창출의 효과를 극대화 했다.

직업을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실업충격 완화 및 창업-재취업 프로그램’은 기독교적 희생정신과 봉사정신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점에서 ‘모든 고통을 함께’하는 기독교 정신운동의 한 맥으로 점쳐질 수 있다.

실업충격 완화 프로그램

실업충격 완화 프로그램

새로운 미래 설계를 위한 재취업 창업 프로그램

새로운 미래 설계를 위한 재취업 창업 프로그램

▲ 여성인력개발센터 27개로 확장 운영

1993년에 서울, 부산, 광주 3개소로 시작한 ‘일하는 여성의집’은 2001년 1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의해 여성부가 신설되면서 시설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사무가 노동부에서 여성부로 이관되었다. 또한 같은 해 4월 여성발전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정비되고, 운영지원에 대하여는 여성부장관이 경비보조에 관한 업무 중 당해 법인 또는 단체에 대한 경비교부 및 그 교부에 따른 당해 사업의 관리업무에 관한 권한을 16개 시‧도에 위임하였다. 2001년 5월에는 ‘여성인력개발센터 설립 운영규칙’(여성부 훈령)이 제정되어 ‘일하는 여성의집’은 지금의 ‘여성인력개발센터’로 명칭이 개정되었다.

여성인력개발센터는 계속 확장돼 2020년 현재 (사)한국YWCA연합회후원회 외 20여개 법인이 운영하는 여성인력개발센터가 53개에 이른다. 그런데 53개 여성인력개발센터 중 YWCA가 27개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직업훈련에 대한 YWCA활동을 인정받은 것이고 또한 여성인력개발센터를 바르게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YWCA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지금도 직업훈련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능력을 발휘하는 전문가적 실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매년 15,000여명의 직업훈련생을 배출, 그 중에서 약 40%가 취업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직종은 대체로 가사 도우미, 조리, 미용, 건강, 봉제, 전산정보, 사무, 지도사, 창업분야 등 60여종에 이른다.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여성들의 생애주기에 따라 직업을 갖고자 하는 여성들을 위해 다양한 직업훈련을 실시해 여성 전문 인력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는 한국 여성 직업훈련의 근간을 이뤘다. 또한 직업훈련 외에도 1998년 IMF관리체제,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등의 국가 위기 때마다 여성복지서비스 체계를 가동, 구직여성과 그 가족을 위해 기초상담은 물론 직업훈련, 취업알선, 사후관리 등을 체계화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의 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단순한 여성대상의 직업훈련기관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사회안전망 체계의 일부분으로 작동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여성노동 복지의 요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인력개발센터 지도

여성인력개발센터 지도